구이·볶음 · 전국
삼겹살
samgyeopsal

© Wikimedia Commons / 이동원 · CC0 1.0
저녁 무렵 골목에서 나는 그 고소한 연기 냄새의 정체가 삼겹살이에요. 이름 그대로 세 겹의 살, 지방과 살코기가 층을 이룬 돼지 뱃살을 불판에 그냥 구워 먹습니다. 상추와 깻잎에 고기·쌈장·마늘을 얹어 한입에 넣는 쌈이 핵심이고, 보통 2인분부터 주문해요. 마지막엔 남은 기름에 밥을 볶아 눌은밥까지 긁어 먹는 게 정석 코스입니다.
한국에서 삼겹살은 뭘 먹을까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의 기본값입니다. 회식이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든 가족 외식이든, 결정이 안 나면 결국 삼겹살집으로 갑니다. 자리에 앉으면 불판이 켜지고 반찬이 깔리는데, 이 식당의 구조 자체가 특이해요. 요리가 완성돼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생고기가 나오고, 굽는 일은 손님 몫입니다. 가게에 따라 직원이 첫 판을 잡아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번갈아 굽고 자르고 나눠 먹어요. 그래서 삼겹살은 맛보다 같이 굽는 시간으로 기억되는 음식이고, 한국 사람이 친해지고 싶은 상대를 삼겹살집에 데려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국민 음식이지만, 삼겹살이 인기를 얻은 건 놀랄 만큼 최근입니다. 세겹살이라는 표현은 1934년 신문 기사에 등장하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 돼지 뱃살은 기름 덩어리 취급을 받아 삶거나 편육으로 먹는 게 보통이었어요. 판이 뒤집힌 건 1970년대입니다. 돼지고기를 일본에 수출하면서 양돈이 규모화·규격화됐고 잡내 없는 고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수입국은 지방이 적은 등심·안심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삼겹살이 국내에 남아돌았고, 소금만 뿌려 구워 먹는 방식이 퍼졌어요. 1979년 신문에 삼겹살집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1980년부터 보급된 휴대용 가스버너가 결정타였어요. 어디서든 불판을 놓을 수 있게 되면서 삼겹살은 전국으로 퍼졌고,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삼겹살에 소주가 아예 시대의 상징이 됐습니다.
메뉴판을 보면 삼겹살 옆에 다른 부위가 같이 적혀 있는데, 이 차이를 알면 주문이 훨씬 재밌어집니다. 삼겹살은 뱃살이라 지방층이 굵고 굽는 동안 기름이 많이 나와서 가장 고소해요. 목살은 지방이 적당히 섞여 있어 담백하고 씹는 맛이 부드러워, 기름진 게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항정살은 돼지 목덜미 아래에서 한 마리당 아주 조금만 나오는 특수부위로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고요. 삼겹살 안에서도 냉동을 얇게 저민 대패삼겹살과 두툼한 생삼겹살이 갈리는데, 얇은 쪽은 빨리 익어 회전이 빠르고 두꺼운 쪽은 겉만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씹는 만족감이 큽니다. 어느 쪽이든 양념을 하지 않고 굽는 게 원칙이라 고기 자체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요.
상차림도 요리의 일부입니다. 상추·깻잎 같은 쌈 채소, 쌈장, 소금과 참기름을 섞은 기름장, 마늘, 풋고추, 파채무침, 쌈무, 그리고 밥과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까지가 기본 구성이에요. 제주도에 가면 멸치액젓을 끓인 멜젓이 나오는데, 여기에 고기를 찍으면 짭짤하고 감칠맛이 확 올라와서 처음 먹는 사람도 대부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마지막 단계가 볶음밥이에요.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밥 볶아 주세요라고 하면 불판에 남은 돼지기름과 잘게 썬 김치, 김가루, 참기름에 밥을 볶아줍니다. 눌러 붙어 노릇해진 바닥을 숟가락으로 긁어 먹는 그 부분이 사실상 이 코스의 결말이라, 배가 불러도 이건 다들 시켜요.
상에 같이 올라오는 것
- 쌈장 — 된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섞은 소스. 고기 기름기를 잡고 쌈 전체의 간을 맞춘다.
- 기름장(소금+참기름+후추) — 고기가 뜨거울 때 찍어야 참기름 향이 산다. 1인 1종지가 기본.
- 상추와 깻잎 — 상추는 아삭한 식감, 깻잎은 허브 향으로 느끼함을 끊는다. 둘을 겹쳐 싸는 게 정석.
- 파채무침 — 새콤달콤하게 무친 파를 고기 위에 얹으면 기름진 맛이 확 정리된다.
- 불판 위 김치와 마늘 — 고기 옆 빈자리에서 돼지기름을 머금고 구워지며 단맛이 올라온다. 사실상 두 번째 메인.
- 된장찌개와 공깃밥 — 고기를 다 먹은 뒤 짠맛을 정리해주는 마무리 국물. 볶음밥과 함께 코스의 끝을 맡는다.
이렇게 먹으면 됩니다
- 1양념하지 않은 생고기를 그대로 불판에 올린다. 바닥이 살짝 바삭해지면 뒤집고, 거의 익었을 때 테이블에 놓인 가위로 한입 크기로 자른다.
- 2첫 점은 기름장에, 두 번째 점부터 쌈으로 간다. 뜨거울 때 기름장에 찍어야 참기름 향이 제대로 올라온다.
- 3쌈은 상추 위에 깻잎을 겹치고 고기·쌈장·마늘·고추를 얹어 한입에 들어갈 크기로만 싼다. 크게 싸면 흘러서 오히려 맛이 없다.
- 4김치와 마늘은 고기 옆 빈자리에 같이 올려 굽는다. 돼지기름에 구워진 김치는 신맛이 눌리고 단맛이 올라와 생김치와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다.
- 5마지막에 밥 볶아 주세요를 잊지 말 것. 남은 기름에 볶은 밥을 눌러 붙였다가 노릇해진 바닥을 긁어 먹는 것까지가 삼겹살 한 상의 끝이다.
자주 묻는 질문
삼겹살은 몇 인분부터 주문해야 하나요?
대부분의 가게가 2인분부터 주문을 받습니다. 1인분은 150~200g 안팎인 곳이 많고 가격은 지역·가게마다 차이가 크니 메뉴판을 먼저 확인하세요. 혼자 왔다면 1인 삼겹살을 내세운 가게를 찾는 편이 확실합니다.
삼겹살, 목살, 항정살은 뭐가 다른가요?
삼겹살은 뱃살이라 지방층이 굵고 가장 고소합니다. 목살은 지방이 적게 섞여 담백하고 부드러워 기름진 게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맞고, 항정살은 목덜미 아래에서 한 마리당 소량만 나오는 특수부위로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에요. 셋 다 양념 없이 굽기 때문에 부위 차이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마지막 볶음밥은 어떻게 시키나요?
고기를 다 먹은 뒤 직원에게 밥 볶아 주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불판에 남은 돼지기름과 김치·김가루·참기름에 밥을 볶아주는데, 보통 1인분 단위로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 눌러 붙어 노릇해진 바닥까지 긁어 먹는 것이 정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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