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내를 걷다 보면 건물 사이로 초록색 언덕이 불쑥 나타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공원의 조경인 줄 알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1500년 전 신라 왕과 귀족의 무덤이에요. 대릉원에는 이런 봉분이 스물세 기 모여 있고, 그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어 무덤 사이를 걸어 다니게 됩니다. 죽은 이의 공간을 도시가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안고 간 결과인데, 이런 형태로 남은 도시는 한국에 경주뿐입니다.
신라의 무덤은 구조가 독특합니다. 나무로 방을 짜서 관과 부장품을 넣고, 그 위에 돌을 쌓은 뒤 다시 흙을 덮는 돌무지덧널무덤 방식이에요. 이 구조는 도굴이 매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돌을 파헤치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인데, 그래서 신라 무덤에서는 다른 시대 무덤과 달리 부장품이 온전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관을 비롯한 신라 유물이 많이 남은 데에는 이 구조적인 이유가 있어요.
천마총은 1973년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무덤입니다. 이때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말 그림이 나왔고, 그 그림을 근거로 천마총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다만 이 그림이 말안장 양쪽에 다는 장니(말다래)에 그려진 것이라는 점, 그림 속 동물이 말인지 기린인지 논쟁이 있다는 점은 함께 알아 두면 좋습니다. 현재 천마총은 내부를 볼 수 있게 정비되어 있어, 무덤 안으로 들어가 목곽과 부장품 배치를 재현한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대릉원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봄에는 목련과 벚꽃이 봉분 사이에 피고, 여름에는 잔디가 짙어져 능선이 더 뚜렷해지며, 가을 해질 무렵에는 봉분의 곡선에 그림자가 길게 걸립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에 몰리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근처에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가 걸어갈 거리에 있어, 셋을 묶어 도는 것이 경주 시내 코스의 기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