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성은 조선시대에 지방 고을의 행정과 방어를 함께 맡던 성입니다. 전국에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근대화 과정에서 성벽이 헐리고 그 자리에 도로와 건물이 들어섰어요. 낙안읍성이 특별한 것은 성벽과 성문, 관아 건물, 그리고 그 안의 민가까지 한 덩어리로 남았다는 점입니다. 성벽 둘레는 1.4킬로미터 남짓이고 위를 걸을 수 있게 정비돼 있어, 한 바퀴 돌면 성 안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입니다.
다른 민속마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주민이 산다는 것입니다. 초가집 백여 채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거주 가옥이고,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생활하고 있어요. 그래서 마당에 빨래가 널려 있고 장독대에 항아리가 놓여 있으며 개가 짖습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살아 있는 마을을 보는 것이지만, 반대로 주민 입장에서는 사는 곳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므로 마당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창을 들여다보지 않는 예의가 필요합니다.
초가지붕은 손이 많이 갑니다. 볏짚으로 이은 지붕은 한두 해가 지나면 삭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새로 이어야 하는데, 이 작업을 이엉 잇기라고 해요. 늦가을에 마을에서 함께 지붕을 갈아 얹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이 시기에 방문하면 초가가 왜 공동체 노동을 전제로 하는 건축인지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기와가 한 번 얹으면 수십 년 가는 것과 대조적이고, 그래서 초가는 가난의 상징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매년 사람이 모여야 유지되는 구조물입니다.
낙안읍성은 순천에 있어 순천만습지와 묶어 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로 30분 안팎 거리라 오전에 읍성을 보고 오후에 습지에서 해질 무렵을 기다리는 일정이 흔해요. 읍성 안에서는 전통 놀이 체험이나 계절 행사가 열리고, 초가집에서 하룻밤 묵는 민박도 운영됩니다. 다만 주민이 사는 마을이라 숙박 시설은 현대식 편의와 거리가 있으니, 그 점을 알고 선택하는 편이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