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사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읽으면 오해를 사기 쉽습니다. 계율을 깨뜨린다는 뜻의 '파계'와 소리가 같기 때문인데, 절 이름의 파계는 잡을 파(把)에 시내 계(溪)를 씁니다. 산에서 아홉 갈래로 흩어져 내려가는 물줄기를 붙잡는다는 뜻이고, 물이 사방으로 새어 나가는 지세를 다스리기 위해 이 자리에 절을 세웠다는 설명이 함께 전해집니다. 이름 하나에 그 절이 선 이유가 담긴 셈이에요.
팔공산은 대구를 북쪽에서 감싸는 산줄기입니다. 도심에서 차로 멀지 않은데도 골짜기로 들어서면 소리가 바뀌고, 파계사는 그 골짜기 안쪽에 있어 주차장에서 절까지 걸어 오르는 길이 이미 산길입니다. 절 마당에 서면 앞은 트이고 뒤는 산이 막아서는 배치인데, 한국 산사가 대체로 이 구조를 택합니다. 평지에 크게 벌려 짓는 대신 산의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단을 나누어 앉히는 방식이에요.
팔공산에는 파계사 말고도 절이 여럿 있습니다. 동화사가 규모가 크고, 갓바위로 알려진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정상 부근에 있어 소원을 빌러 오르는 사람이 사철 끊이지 않아요. 팔공산 전체가 오래된 불교 유적으로 채워져 있는 셈이라, 대구에 며칠 머문다면 산 하나를 두고 절을 골라 도는 방식으로 일정을 짤 수 있습니다. 파계사는 그중 비교적 조용한 쪽입니다.
가을이 가장 알려진 계절입니다. 팔공산 순환도로는 단풍철에 차가 밀릴 정도로 사람이 몰리고, 파계사로 올라가는 길도 노랗고 붉게 물듭니다. 다만 절은 예배와 수행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므로 법당 안에서는 조용히 하고, 스님이나 신도를 정면으로 촬영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삼각대를 마당에 펼치는 것도 삼가는 편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