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볶음 · 부산
해물파전
haemul-pajeon

© Wikimedia Commons / Jinho Jung · CC BY-SA 3.0
비가 오면 한국 사람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오르는 조합이 파전과 막걸리예요. 쪽파를 깔고 오징어·새우·홍합 같은 해물을 얹어 기름에 넉넉히 부쳐낸 부침 요리입니다. 부산 동래에는 쪽파를 통째로 쓰고 마지막에 달걀물을 부어 촉촉하게 익히는 동래파전이 따로 있어요. 가장자리가 제일 바삭하니 갓 나왔을 때 가위로 잘라 막걸리와 함께 먹는 게 정답입니다.
한국에 오래 살면 이상한 조건반사가 하나 생깁니다. 창밖에 비가 쏟아지면 파전이 먹고 싶어져요. 흔히 드는 설명은 소리입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반죽이 기름에 닿아 지글대는 소리가 닮아서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이 튀어나온다는 거예요. 습도가 높으면 기름 냄새가 더 멀리 퍼진다는 이야기, 저기압에 혈당이 떨어져 전분 음식이 당긴다는 설명도 붙습니다. 재밌는 건 이게 감성적인 얘기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한 카드사가 결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강수량 30~50mm인 날 파전 전문점 매출이 맑은 날보다 89%나 높았습니다. 비 오는 날 파전집이 붐비는 건 정말로 통계에 잡히는 현상입니다.
파전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지역색이 가장 뚜렷한 건 부산 동래입니다. 동래파전은 조선 말 동래장터에서 장꾼들의 요깃거리로 시작됐다고 전해져요. 인근 마을에서 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에 간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일제강점기 초에 한 번 사라질 뻔했다가 1930년대 동래 주점의 술안주로 되살아났습니다. 1930년대 동래시장 좌판에서 시작한 동래할매파전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대표 가게고요. 다만 동래파전은 역사서에 기록된 음식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향토음식이고, 1990년 향토문화 발굴 사업을 계기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점은 알아두면 좋습니다.
그래서 같은 해물파전이라도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나옵니다. 일반적인 해물파전은 밀가루에 쌀가루나 전분을 섞은 묽은 반죽에 쪽파를 썰어 넣고 오징어·새우·홍합을 얹어 얇고 넓게 부칩니다. 목표는 바삭함이라 반죽을 얇게 펴고 기름을 넉넉히 써요. 반면 동래식은 쪽파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나란히 깔고, 찹쌀과 밀가루를 섞은 걸쭉한 반죽에 대합·굴·홍합·조갯살을 얹은 다음 마지막에 달걀물을 부어 덮습니다. 결과물은 바삭하기보다 촉촉하고 묵직해서, 바삭한 전을 기대하고 가면 당황할 수도 있어요. 찍어 먹는 것도 다릅니다. 보통은 간장에 식초를 섞은 초간장이지만 동래 현지에서는 초고추장을 내는 집이 많아 새콤달콤한 맛이 해물 향과 붙습니다.
먹는 자리도 이 음식의 일부예요. 파전은 혼자 조용히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두세 명이 사발에 막걸리를 나눠 따르며 먹는 안주에 가깝습니다. 부산이라면 동래 일대의 오래된 전집을 찾아가는 게 정석이고, 광안리해수욕장 근처에서 저녁 산책을 하다가 비를 만났다면 근처 전집에 들어가 창밖 바다를 보며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가격과 영업시간은 가게마다 차이가 크고 노포는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닫는 곳도 있으니, 멀리서 찾아간다면 방문 전에 한 번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상에 같이 올라오는 것
- 초간장(간장+식초+고춧가루) — 기름진 전의 뒷맛을 끊어주는 기본 소스. 대부분의 전집이 이걸 낸다.
- 초고추장 — 부산 동래식 조합. 새콤달콤한 맛이 해물 향과 붙어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 막걸리 또는 동동주 — 파전의 공식 짝. 주전자째 나와 사발에 나눠 따라 마신다.
- 배추김치 — 전 한 점, 김치 한 점을 번갈아 먹으면 입안의 기름기가 리셋된다.
- 청양고추 — 초간장에 썰어 넣거나 전 위에 올려 매운맛을 더한다. 느끼함을 잡는 현지식 조절 장치.
- 무생채 — 아삭하고 새콤한 곁들임. 전 사이사이에 씹으면 입맛이 정리된다.
이렇게 먹으면 됩니다
- 1나오자마자 먹는다. 전은 식으면 기름을 머금고 눅눅해져서, 갓 부쳐 나온 5분이 가장 맛있는 시간이다.
- 2젓가락으로 뜯지 말고 테이블 위 가위로 부채꼴로 잘라 나눈다. 잘라야 얹은 해물이 빠지지 않고 모양도 유지된다.
- 3가장자리부터 노려라. 기름에 직접 닿은 테두리가 제일 바삭하고 가운데는 촉촉하니, 번갈아 집으면 질리지 않는다.
- 4소스는 흠뻑 적시지 말고 모서리만 살짝 찍는다. 반죽이 초간장을 다 빨아들이면 짜고 눅눅해진다.
- 5막걸리는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으니 병째 가볍게 흔들어 섞은 뒤 사발에 따른다. 전 한 점에 한 모금이 현지의 기본 리듬이다.
자주 묻는 질문
동래파전과 일반 해물파전은 뭐가 다른가요?
일반 해물파전은 밀가루에 쌀가루나 전분을 섞은 묽은 반죽을 얇게 펴 바삭하게 부칩니다. 부산 동래파전은 쪽파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깔고, 찹쌀을 섞은 걸쭉한 반죽에 대합·굴·홍합을 얹은 뒤 마지막에 달걀물을 부어 덮어요. 그래서 바삭하기보다 촉촉하고 묵직하며, 찍어 먹는 소스도 초간장 대신 초고추장을 내는 집이 많습니다.
왜 비 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를 먹나요?
빗소리가 반죽을 기름에 부칠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해 연상 작용이 일어난다는 설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습도가 높아 기름 냄새가 멀리 퍼진다는 이야기, 저기압에 혈당이 떨어져 전분 음식이 당긴다는 설명도 있어요. 실제로 한 카드사 분석에서 강수량 30~50mm인 날 파전 전문점 매출이 맑은 날보다 89% 높게 나타났습니다.
부산에서 해물파전은 어디서 먹으면 좋나요?
정통을 찾는다면 동래 일대의 오래된 전집이 기준점입니다. 1930년대 동래시장 좌판에서 시작한 노포가 지금도 영업하고 있어요. 광안리해수욕장 근처에서 저녁 산책 중 비를 만났다면 근처 전집도 좋은 선택입니다. 가격·영업시간은 가게마다 차이가 크고 재료 소진 시 일찍 닫는 곳도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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