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원래 조선 한양의 배수로였습니다. 도성 안의 물이 모여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하천이었고, 장마철 범람을 막기 위해 준설이 국가적인 사업이었어요. 그러다 20세기 들어 도시가 팽창하면서 하천 주변에 판자촌이 들어서고 오수가 흘러들었습니다. 1958년부터 복개 공사가 시작돼 하천은 콘크리트 아래로 사라졌고, 1970년대에는 그 위로 고가차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물길이 도로가 되고 도로가 다시 이층이 된 셈인데, 당시로서는 그것이 근대화의 상징이었습니다.
복원 결정이 내려진 것은 2000년대 초입니다. 고가차도의 안전 문제와 도심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가 겹치면서, 2003년 철거가 시작돼 2005년 물길이 다시 열렸어요. 다만 이 하천은 자연 상태 그대로 되살아난 것이 아닙니다. 상류 수량이 부족해 한강 물 등을 끌어와 흘려보내는 구조이고, 그 점에서 '복원이냐 인공 수로냐'는 논쟁이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걸어 보면 하천이라기보다 잘 설계된 도심 수변 공원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 인상이 틀린 것은 아니에요.
걷는 재미는 구간마다 다릅니다. 광화문 쪽 시작 지점은 폭포와 광장이 있어 사람이 가장 많고, 조금 내려가면 다리 아래를 지나며 벽면 타일 작품이나 조명을 만납니다. 동대문 방향으로 갈수록 주변이 상가와 시장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번잡해지고, 더 가면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산책로가 이어져요. 전체 11km 를 다 걷는 사람은 드물고, 보통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두어 시간 걷는 정도가 흔합니다.
청계천이 서울 사람들에게 갖는 의미는 경치보다 온도입니다. 물이 흐르고 차도보다 낮은 위치라 여름철 이 구간의 체감 온도가 주변 도로변보다 낮고, 그래서 한여름 저녁이면 발을 담그고 앉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어요. 겨울에는 등 축제가 열려 물 위로 조형물이 뜨고, 봄가을에는 점심시간에 근처 직장인들이 걷습니다. 관광지라기보다 도심 생활의 일부에 가깝고, 그래서 짧게 들러도 서울의 평범한 리듬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