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은 1796년 조선 22대 왕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마음을 담아 쌓은 성곽이에요.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혀 세상을 떠난 비극의 인물인데, 정조는 즉위 후 아버지 묘를 수원으로 옮기고 그 곁에 신도시이자 방어 요새로 화성을 지었죠. 실학자 정약용이 설계를 맡아 거중기 같은 도르래 기술을 동원한 덕에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튼튼하게 완공됐다고 해요.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동양과 서양의 축성술을 함께 녹인 독특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아요.
가장 큰 매력은 총 길이 약 5.7km에 이르는 성곽을 한 바퀴 그대로 걸을 수 있다는 거예요. 팔달문·장안문 같은 큰 성문부터 시작해서, 물길이 흐르는 화홍문, 그리고 성곽 위 정자 중에서도 손꼽히는 방화수류정(보물로 지정)까지 걷는 내내 볼거리가 끊이지 않아요. 성벽 위 산책로는 계단과 오르막이 꽤 있는 편이라 운동화는 필수고, 코스 중간중간 전망 좋은 포인트에서 수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요. 벽돌과 돌을 섞어 쌓은 독특한 축조 방식도 눈여겨볼 부분이에요.
성곽 안쪽에는 정조가 아버지 묘를 참배하러 올 때 머물던 임시 궁궐, 화성행궁도 자리하고 있어요. 규모가 꽤 커서 조선시대 지방 궁궐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편이고, 시기에 따라 무예 공연이나 전통 의식 재현이 열리기도 해요.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화성어차라는 관광용 트롤리를 타고 성곽 주요 구간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다리 아플 걱정 없이 완주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해가 지고 나면 방화수류정 일대가 조명을 받아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뀌는데, 이게 수원 화성 야경의 하이라이트로 꼽혀요. 서울에서는 지하철 1호선이나 수인분당선을 타고 수원역이나 화서역에서 내리면 되니까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어요. 성곽 전체를 다 걷는다면 두세 시간은 잡아야 하고, 여름엔 그늘이 적은 구간이 많아서 물이랑 모자를 챙기는 게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