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은 1905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이에요. 그전까지 한국의 장은 5일장처럼 며칠에 한 번 열리는 임시 장터가 전부였는데, 광장시장이 매일 문을 여는 최초의 사설 상설시장으로 등장하며 유통 문화 자체를 바꿔놨죠.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는데, 원래는 청계천의 광교(廣橋)·장교(長橋) 두 다리 이름을 따 '광장(廣長)'이라 지으려 했지만 실제 부지가 배오개(지금의 종로 4~5가)로 옮겨가면서 한자가 '널리 모아 간직한다'는 뜻의 광장(廣藏)으로 바뀌었어요. 한때는 동대문시장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주변 시장들과 구분하려고 1960년대부터 '광장시장'이라는 이름이 굳어졌습니다.
지금은 4만2천㎡ 부지에 상점 5천여 개, 종사자 2만 명이 일하는 서울 최대급 전통시장이에요. 하루 방문객만 6만5천 명 안팎, 주말엔 이보다 더 몰려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원단·한복·혼수용품을 파는 포목 구역이 시장의 뿌리이자 여전히 핵심 상권이고, 그 옆 먹자골목이 요즘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구역이에요. 1층 실내 통로가 미로처럼 이어져 있어서 지도 앱보다는 그냥 냄새 따라 걷는 게 빠를 때도 많아요.
먹자골목 스테디셀러는 단연 빈대떡(녹두전)이에요. 불려 간 녹두를 즉석에서 갈아 두툼하게 부치는데, 큰 철판 위에서 노릇하게 지글대는 모습 자체가 구경거리죠. 그리고 꼭 먹어봐야 할 게 마약김밥 — 손가락만 한 크기로 만 김밥을 겨자 간장에 찍어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마약'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최근엔 어린이·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 '꼬마김밥'이라는 이름으로도 병행 표기되고 있으니 메뉴판에 둘 다 있어도 놀라지 마세요.
고기 좋아한다면 육회 골목도 필수 코스예요. 신선한 생고기를 그 자리에서 채 썰어 참기름·배·달걀노른자와 버무려 내는데, 여러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골목 전체가 육회 전문 구역처럼 느껴져요. 순대·족발 같은 다른 야식 메뉴도 풍부하고, 상인들끼리 좌판이 붙어 있어서 이 집 저 집 옮겨가며 조금씩 맛보는 '시장 투어'가 광장시장의 진짜 재미입니다.
2014년 앤서니 부르댕이 CNN '팔츠 언노운' 촬영차 방문한 뒤로 서울을 대표하는 미식 명소로 국제적 인지도가 확 올라갔어요. 하지만 원래 정체성은 포목 시장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요 — 맞춤 한복부터 이불감, 수의까지 파는 원단 가게들이 시장 뒤편에 여전히 촘촘히 남아 있어서, 먹거리 골목만 보고 나오면 광장시장의 절반만 본 셈이에요.
가는 법은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8번 출구가 가장 가깝고, 2·5호선 을지로4가역에서도 도보 이동이 가능해요. 먹자골목은 보통 오전 9시부터 밤 9~10시까지 영업하지만 ⚠️ 포목 구역은 일요일에 대부분 문을 닫으니 원단·한복 쇼핑이 목적이면 평일이나 토요일에 가야 해요. 현금을 선호하는 좌판이 아직 많은 편이라 소액 현금을 넉넉히 챙기고, 주말 점심·저녁 시간대는 통로가 사람으로 꽉 차니 여유 있게 다녀야 합니다.
